강좌 프로그램

강좌명 [동양고전강독] 한문 기초부터 고전 강독까지
장소 월강 (동강오피스빌 1002호)
개강일시 2018년 6월 27일 PM 07:30
강사 이향준 (철학박사, 전남대)
신청가능여부 신청가능

동양고전강독_ 한문 기초부터 고전 강독까지

"고전어로서 한문의 가치가 이렇게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동안 한문으로 이루어진 많은 고문서들은 빛바랜 종이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값싼 엿장수의 손을 통해 골동품상들의 손에 전해져 맥락이 과장된 그럴듯한 옛 것인 변모된 채로 인사동 같은 골목을 배경으로 짠하고 등장하는 일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

우리가 고전어에 대한 교양을 가지지 못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도 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유럽의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전통 문화를 이루었던 라틴어를 익히도록 합니다. 비록 일상어의 측면에서는 사어(死語)이지만, 과거의 전통에 대한 일반적인 교양의 수준에서 이러한 자기 전통의 고전어에 대한 습득이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

물론 단 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굳이 여기에 목을 멜 필요도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문에 익숙해질수록 우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는 지적 전통과 사회, 그리고 그 속의 나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결국 언어이든 무엇이든 나와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 속에서의 나의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추구하는 일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익혀야 합니다. 언제까지요? 당연히 내가 배우고 익힌 것이 내가 필요로 하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가져다 줄 때까지 .."

 

*개강: 2018년 6월 27일(수) 저녁 19:30 (아래 세부일정표를 참고하세요.)

*장소: 월강 (월산동 강의실, 동강오피스빌 1002호)

*강사: 이향준 (철학박사, 전남대)

*참가비: [4강 기준] 회원 4만원, 비회원 8만원(교재비 별도) ►후원회원 가입안내

              과정에 따라 참가비가 조정될 수 있습니다.

* 계좌번호: 광주은행 121-107-005174 (인문학교육연구소)

 

[강좌 세부 사항]

1. <추구(推句)>  4강: 6/27, 7/11, 7/18, 7/25, 

2. <사자소학(四字小學) 5강: 8/8, 8/22, 8/29, 9/12, 9/19

3. <대학(大學)>(10/10~)

*책걸이와 함께 만귀정(광주 서구), 물염정(화순), 담양정자문화권 탐방 학습이 주말 당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향준
▷최근작 : <다원주의의 철학적 관점>,<호남의 유학자들>,<몸과 인지> … 총 5종
▷소개 : 전남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조선의 유학자들 켄타로우스를 상상하며 리와 기를 논하다』가 있으며, 역서로 『주자대전』(공역)이 있다. 

 

[강의 안내 전문]

우리나라는 오랜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전통을 대변하는 독특한 관행들도 생겨났습니다. 한 사람의 지식인이 탄생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술했던 모든 글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주변인들과 후손, 및 제자들의 손에 의해 ‘문집(文集)’으로 구성되어 후대에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전해지고 있는 개인 문집이 약 6,000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 문집의 절대 다수가 한문漢文, 즉 고전 중국어로 쓴 것들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화된 우리의 교육 제도는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이라는 대립되는 구도의 논쟁 속에서 우리 문화의 고전어로서 한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전어로서 한문의 가치가 이렇게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동안 한문으로 이루어진 많은 고문서들은 빛바랜 종이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값싼 엿장수의 손을 통해 골동품상들의 손에 전해져 맥락이 과장된 그럴듯한 옛 것인 변모된 채로 인사동 같은 골목을 배경으로 짠하고 등장하는 일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고전어에 대한 교양을 가지지 못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도 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유럽의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전통 문화를 이루었던 라틴어를 익히도록 합니다. 비록 일상어의 측면에서는 사어(死語)이지만, 과거의 전통에 대한 일반적인 교양의 수준에서 이러한 자기 전통의 고전어에 대한 습득이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모든 사람이 한문의 전공자가 되어 사서오경의 주석을 다는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의 편액 하나, 주렴의 글귀, 타인의 말에서 인용되는 어휘의 절대 다수가 이 고전어의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전어로서의 한문을 바탕으로 우리의 지식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 고전의 전통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접근할 때 한문은 어려우면서도 쉬운 언어의 체계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글자의 복잡함이 전자를 대변한다면, 우리 문화에 깊숙이 파고든 많은 어휘의 의미 체계와 상호 연관은 한문을 모르는 이들이 한문에 접했을 때 ‘어? 이게 이런 것이었나?’라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내뱉게 만듭니다. 사실 우리는 한문적 환경에 수없이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두 가지 특징적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것들의 기원과 용례에 대해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둘째,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문의 학습은 일면적으로 아주 익숙함을 던져 줍니다. 낯선 것은 한문의 어휘들이 표의문자로서 배열되는 방식이 가지는 독특함입니다. 다시 말해 한문은 문법보다는 용례에 의존합니다. 우리가 한문의 해석을 주저하는 것은 문법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들의 용례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문의 학습에 일관되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용례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문 학습의 기초적 경전들은 모두 이런 대표적 용례들을 모아둔 것입니다.

우리는 [추구], [학어집], [사자소학], [동몽선습] 등등의 것을 통해 이런 용례를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용례에 익숙해서 자기 혼자 남의 도움 없이 한문을 읽을 수준이 되면 ‘문리(文理)’가 트였다고 말하게 됩니다. 용례의 다양성에 익숙해져 혼자서 문장의 의미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문리가 트인 사람들은 비로소 필수 교양서, 예를 들어 사서 오경을 읽고, 그 너머에서 자신의 취향을 따라 마음에 드는 텍스트를 골라 나아가게 됩니다. 우리의 여정은 아주 멀리 뻗어 있습니다. 우리는 [추구]와 [사자소학]에서 출발해, 사서와 오경을 거쳐, 제자백가, 나아가 [주자대전]을 비롯한 우리 선현들의 개인 문집을 스스로, 혹은 몇 사람이 함께 강독할 수 있는 지적 수준으로 뻗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단 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굳이 여기에 목을 멜 필요도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문에 익숙해질수록 우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는 지적 전통과 사회, 그리고 그 속의 나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결국 언어이든 무엇이든 나와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 속에서의 나의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추구하는 일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익혀야 합니다. 언제까지요? 당연히 내가 배우고 익힌 것이 내가 필요로 하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가져다 줄 때까지입니다. 따라서 벽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망설이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의 이유는 늘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그 너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잘 알지만, 이제 그 어깨로 올라가는 대신에 높이의 위험함을 핑계로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