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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동양철학 하반기 >> http://www.paideia.re.kr/program/lecture/782

 

후조선(後朝鮮) 혹은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

  ―유교이상주의의 역사적 실험과 파국―

 

 그림: 안견 <몽유도원도> 1447

 

챗GPT에게 열 개의 낱말을 골라보라고 요청했다. 현대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열 가지 요소는 무엇인가? 기술적으로 진보된, 유교의 영향, 세계화, 초경쟁, 일과 삶의 불균형, 케이팝 문화, 노령 인구, 교육 중심, 사회적으로 연결된, 환경 인식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 가운데 내 관심사는 한 가지이다. 유교의 영향! 아직도 한국 사회에 남아있다는 이것은 도대체 어떤 유교의 무슨 영향인가? 또 묻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사회적 위계와 연장자에 대한 존경, 효와 가족의 가치, 교육 및 학문적 추구, 집단주의와 사회적 조화, 직업윤리와 의무 등이다. 이런 것이 유교의 영향이라고? 뭔가 이상하다. 설득이 될 듯하다가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내가 아는 ‘유학’하고 많이 다른 탓이다. 이것은 단순히 ‘유교’와 ‘유학’ 사이의 개념적 거리 때문인가?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인가?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는 조선 이후의 근대화된 조선적 삶의 양식이 지배적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는 현대적인 공화국인가? 사회적 위계와 집단주의가 민주공화국에 어울리는 낱말일까? 우리가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오늘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늘에 관한 정보는 핸드폰이라고 불리는 작은 기계 안에서, 포털에서, 유튜브에서 지나치게 숱하게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 한국인의 삶은 우리들 자신에게 낯설고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 이유 가운데 한 가지를 영향을 끼치는 과거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의 양식에 스며들어 있는 과거의 그림자들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불투명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구조 변동과 더불어 더 이상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유교적 삶의 전형들은 사라졌지만, 그것이 남긴 잔재로서의 또 다른 유교적 양상들은 자신들이 남겨진 이유조차 해명되지 않은 채 우리 삶의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것은 현대 한국인의 삶에 명백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역사적 조선에 대한 경멸이 하나의 편견이라면, ‘전통문화’라는 이름 아래 오늘날까지도 국비 예산의 전용을 당연시하는 고전적인 것에 대한 갈망 또한 반대편에 놓인 편견이다. 우리는 한옥마을과 전통의 우수함에 대한 선전에 가까운 우상화 탓에 정작 우리의 앞선 세대들이 무엇을 위한 삶을 살았는지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서원과 그것을 말없이 뒷받침했던 사농공상의 계급사회가 공존했다는 사실은 반성적 지성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모든 이론적 해명이 그렇듯이 설명은 양가적 양상들 사이에서 진자처럼 흔들리지만 좀처럼 한 곳을 진중하게 오래도록 가리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조선의 탄생은 성리학적 유토피아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매우 기이하고 낯선 방식으로 출현했다. 대등하게 경쟁하던 다른 두 가지 유토피아주의, 불교과 도교에 대한 의도적이고 적대적 반격 속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차를 두고 고려 후기에 도입되어 한반도의 역사적 소용돌이와 뒤섞이기 시작했다. 1392년에서 시작되어 1910년에 끝난 것으로 알려진 이 실험의 결과는 유교 유토피아주의의 역사적 실패와 또 다른 대안의 모색이라는 근·현대 한국사회의 모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남·북으로, 동·서로, 세대로, 성별로, 교육으로, 또한 최근에는 여기에다 중앙과 지역으로 뚜렷하게 분할된 사회상을 목격하고 있다.

 

장자는 말했듯이 하루를 여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와 한 달을 여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는 시간과 노력이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우리가 과거 20세기의 경험을 딛고 21세기의 삶을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는 20세기의 이전으로부터 우리의 20세기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아주 친숙한 국가! 즉 사대부들의 나라로서 조선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강좌는 우리에게 내재하는 두 가지 욕망을 구별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21세기 후조선의 사대부이기를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민주공화국의 시민이기를 원하는 것인가? 대답은 서로 다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강의의 마지막에 이르러 왜 우리가 21세기 후조선의 사대부가 되기를 그만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할 것이다. 따라서 이 강의는 대략 500년에 걸친 하나의 역사적 실패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에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들의 유산으로서 유교의 영향이 여전히 온존된다면, 그 미완의 유산들이 정제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과거가 되풀이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 강사: 이향준 _전남대 철학과, [서(), 인간의 징검다리] 저자

 

* 일정: 10월 5 개강, 매주 목 19:30 (약 120분, 총 8회)

 

 

* 장소

  -오프라인: 인문학교육연구소 (광주 북구 무등로 20-1, 3층)

  -온라인: 줌 등을 활용, 실시간 진행/ 녹화 영상 공유

 

* 수강료(교재비 포함, 답사비 별도): 후원회원 무료 (비회원: 80,000원)  ►후원회원 가입안내 

 

                                     [입금계좌] 광주은행 121-107-005174 (예금주: 인문학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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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공개강의] 조선, 유교진리국가의 탄생과 소멸

국가의 이념이 건국에 선행했던 예외적인 유교진리국가로서 조선의 탄생과 소멸에는 어떤 관념체제들이 얽혀 있었는가? 삼국체제의 관점에서조선이란 나라의 정체성을 분석해 보자.

참고자료: 「리(理), 삼국체제(三國體制), 그리고 민본주의(民本主義) :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의 철학적 기초」 <공자학> 41집(한국공자학회, 2020)

 

2  10.12  유교-유토피아주의의 초상

조선 초기 유교-유토피아주의를 정초하기 위한 이론적 작업의 선구자 양촌 권근의 「입학도설」에 나타난 첫 번째 그림 「천인심성합일지도」에 숨어있는 인간 인지의 비밀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을 한국철학사를 강의하는 도중에 떠올렸고 결국 구석진 여백의 의미를 개념적 은유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었다.

참고자료: 「구석진 여백」, <범한철학> 53집(범한철학회, 2009)

 

3  10.19  왕국체제의 설계자, 이황(李滉)과 그의 성리학

한국유학사의 가장 커다란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다. 이황과 이이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왜 셋이 아니고 둘로 갈라졌는가? 먼저 이황의 성리학이 왕국체제적이라는 점을 다룬다.

참고자료 「이발설의 은유적 해명」, <철학> 91집(한국철학회, 2007).

 

4  10.26  사국체제의 설계자, 이이(李珥)와 그의 성리학

이황의 성리학이 왕국체제적이라면 이이의 성리학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가? 창백한 켄타우로스의 이미지를 통해 그의 성리학이 조선 후기사회를 광범위하게 특징짓는 사국체제적이라는 주장의 의미를 살펴보자.

참고자료: 「이이, 켄타우로스를 상상한 유학자」, <철학연구> 118집(대한철학회, 2011)

 

5   11.02  이쯤에서 타카하시

한국유학사에 타카하시 토오루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또한 그것을 걷어내겠다고 자의식적으로 노력한 글들도많다. 그렇다면 나의 견해는 무엇인가? 타카하시, 머우쫑산, 정약용, 이승환 등을 경유해서 이 질문에 대답해 본다.

참고자료: 「타카하시의 고약한 은유」, <대동철학> 55집(대동철학회, 2011)

 

6    11.09  한국유학이 발명한 낱말, 미발심체

18세기 한국성리학에서만 나타난 낱말이 있다. ‘미발심체(未發心體)’라는 것이다. 이것은 왜 나타났고, 이 낱말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 한국적 어휘이기 때문에 한국철학 전공자라면 이 낱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자료: 「미발심체: 마지막 어휘, 혹은 정신적 경련」, <유학연구> 31집(충남대 유학연구소, 2014).

 

7    11.16   서학전쟁(西學戰爭)과 성리학의 고된 진지전

1886년의 지성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19세기의 성리학적 사조를 개관하고, 조선성리학의 역사적 몰락의 의미를 살펴보자.

참고자료: 「19세기 한국성리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주리(主理), 심즉리(心卽理), 그리고 1886―」

*[11.23 휴강]

 

8    11.30 동학, 실학, 개화...그리고 펑!

성리학의 실패가 지나가는 역사적 현장에서 대안적 탐색과 모색들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었는가? 서학의 승리 바깥에서 자생적 노력을 통해 동시대와 미래를 준비하려고 했던 이들의 노력을 살펴보자.

 

(종강http://www.paideia.re.kr/program/lecture/782